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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 요약 | 완벽한 날보다 꾸준한 발걸음

by 비비자 2025. 1. 14.
책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의 표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

 

자폐증이 어느 순간 '자폐스펙트럼'으로 불린다는 거 들어 봤을 것이다. ADHD 역시 이분법적으로 있는 사람/없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없고,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쪽 끝에 언제 어디서나 주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면, 반대쪽 끝에는 심각한 ADHD 증상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둘 중 ADHD쪽에 더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거라는 얘기가 된다. 성인의 3%가 ADHD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수치인 10% 정도가 '경계선급 ADHD'라고 봐도 무방한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시간 관리가 잘 안 되고, 계획대로 실천하기가 어렵고, 늘 산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진단을 받은 ADHD 환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ADHD 판정까진 안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인지행동 전략들을 담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만성적으로 미루는 사람들이라든가. 혹은 그냥 시간 관리 팁, 계획 실행력 향상을 원하는 독자에게도 이 책의 다양한 대처 전략들을 도움이 될 것이다.

 

ADHD인의 인지적 왜곡과 회피 패턴

ADHD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과제나 도전 앞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왜곡이다. 해야 할 일의 어려움은 과대평가하고, 본인의 능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발동하는 거다. 가령 부엌 치우기라는 단순한 일정도 마음속에서는 아득하고 거대한 일로 부풀려지고,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회피해 버린다. ADHD 특유의 미루기 패턴이 있다. "이 게임 먼저 하고 나면 과제 할 기분이 들 거 같다", "지금은 기분이 안 좋으니까 내일 상쾌한 상태에서 하자"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스무스하게 일을 미룬다. 이런 미루기는 단순한 게으름이라 여길 게 아니다. 과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ADHD인들은 완벽한 상태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어떤 어려워 보이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100%로 차 있고, 스트레스는 0인 상태여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하게도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를 기다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런 인지적 왜곡을 다루기 위한 핵심 전략은 과제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하기라는 다소 큰 과제를, 컴퓨터 켜기, 파일 열기, 첫 문장 쓰기와 같이 아주 하찮은 단계들로 나눈다. 각 단계가 어이없을 정도로 쉬워져서, 그걸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정도가 되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시작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피곤하거나 기분이 좀 안 좋아도, 15분만이라도 일을 끄적여 보는 거다. 보통은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짜로 15분만 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내면의 변호사 선임하기라는 전략도 있다. 이런 비유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부정적인 생각들이 검사처럼 기소장을 던지곤 하잖는가. 이에 맞서 내 행동을 변호해줄 내면의 변호사가 필요하다. "이 정도면 괜찮게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했어"와 같은 식으로. 이런 인지적 재구성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아도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ADHD는 고쳐야 할 결함이라기보다 관리해야 할 특성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시간 관리를 돕는 가이드

ADHD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 시간 관리는 가장 어려운 숙제다.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을 보자. 시간 관리의 핵심은 '계획'이 아닌 '실행'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ADHD인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가 "이 정도 일이면 n시간 안에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라 한다. 막상 해 보면 일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중간에 돌발 이벤트가 생기기도 하고, 제때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 실패하면, 애초에 계획을 잘못 했다는 걸 모르고 그저 자책하는 패턴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전략들. 하나는 '포괄 실행 목록'과 '일일 실행 목록'을 작성하는 거다. 포괄 실행 목록에는 6주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을 담고, 일일 실행 목록에는 그날 하루에 할 일을 2-3개 정도 적는다. 특히 일일 목록은 표현이 모호하면 안 된다. '식기세척기에서 그릇 꺼내기'처럼 구체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일단 그릇 꺼내는 걸 성공하면 반은 성공일 것) 그리고, 무슨 계획이든 간에 시간 설정을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 '8시간 동안 과제하기' 따위가 아니라 '30분 동안 첫 단락의 첫 문장 쓰기'처럼 시간을 배정하라 한다. 전자는 막연한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후자는 실제 수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10분 원칙'이라는 것도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정확히 10분만 해 보자는 거다. 10분이 지나면 그때 가서 계속할지 멈출지를 판단해 본다. 멈추기를 결정하더라도 아예 미루는 것보다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인데, 이동 시간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여유 시간을 늘 두라는 거다. 사람은 종종 최적의 상황만 고려해서 계획을 세운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계획이 박살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시간 관리의 본질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작은 단계들의 실행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의 기술: 불확실성과 마주하기

말했듯이 ADHD인들이 문제를 회피하는 이유는 문제를 직면했을 때의 불편함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큰 문제는 작은 문제들의 집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차가 고장 났다'는 문제는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 '이로 인해 어기게 될 약속들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차를 고칠 것인가 새로 살 것인가' 등 여러 개의 작은 문제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세분화하면 생각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 정도도 줄어들고 충동적인 선택을 피할 수 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같은 시간대 인기 강의 두 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든가. ADHD인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봐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때 중요한 마인드는 "잘못된 선택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거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고 지금 당장의 선택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오히려 결정을 미루는 게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ADHD인들은 너무 먼 미래까지 고려하려 하기도 한다. "1년 뒤에 후회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에 사로잡혀, 소위 결정장애 상태가 된다.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고,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그때 다시 조정하면 된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자. 완벽한 해결책이라는 허상을 찾아 헤매지 말고,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충분히 괜찮은' 해결책을 선택해 보자.
 

ADHD와 대인관계

ADHD가 있으면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대화 중에도 딴생각과 딴짓을 하고, 중요한 약속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잊어버리고, 상대방이 말하는데 이상한 타이밍에 끼어들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사회성이 없다는 평가를 낳는다. 그리고 이런 증상도 몇 가지 전략으로 개선할 수 있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의식적으로 경청을 실천하는 것. 상대의 말을 요약해서 되돌려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좀 전에 하신 말씀이 이런 뜻이 맞나요?"라고 물으며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3문장 법칙도 있다. 말할 때 혼자 연속해서 3문장 넘게 말하지 않기로 조심하고, 3문장을 말했으면 잠시 멈춰서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ADHD인들은 종종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탓에 장황한 독백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 법칙은 그걸 예방해 준다고 한다. 자기주장을 할 때도 '나-대화법'을 활용하라고 한다. "넌 늘 이래서 문제야"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난 이런 감정을 느껴"라고 표현하는 거다. XYZ 전략도 유용하다. X는 객관적 상황 설명, Y는 그때 느낀 감정, Z는 원하는 해결책이나 변화를 의미한다. "X라는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Y라고 느끼고, Z를 했으면 좋겠어", "X가 일어날 때, Z가 되지 않아서, 나는 Y를 느껴"라는 식으로 말하라는 거다.
 

ADHD와 함께 성장하기

ADHD는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ADHD를 관리할 때 주의해야 할 건 '대처 이탈'이다. 처음에는 관리 방법들을 잘 지키다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느슨해지는 현상이다.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지키다가도 어느새 과거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는 거다. 필연적인 과정이다. 상심하고 그걸 빌미로 아예 놓아 버리면 안 된다. 책에서는 ADHD인들을 위해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 경주라는 비유를 한다. 3주 동안 진행되는 이 대회에서는 매일의 등수가 매겨지는데, 어떤 날은 가파른 산길을, 어떤 날은 평탄한 길을 달린다고 한다. 이 경기에서 중요한 건 매일 1등을 하는 게 아니라, 전체 누적 기록이다. 미끄러지는 날들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완주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오늘 하루 계획을 잘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원을 가꾸듯이 작은 성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자. 실수와 차질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자. 완벽한 실행이나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하찮은 성공들을 쌓아가며 점진적으로 발전하자. 책에서 소개된 전략들을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수정해가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