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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Enough | 완벽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자기수용 가이드

비비자 2025. 1. 12. 22:07
책 'How to Be Enough'의 표지

 

완벽주의자의 자기 수용, 과연 가능한가

 
이 책의 작가는 완벽주의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왜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고 더 나은 모습을 갈구하게 되는지 그 심리적 기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절차부터 밟는다. 십몇 년간의 임상과 본인의 완벽주의 극복 과정이 녹아있다고 하는 이 책은 완벽주의를 향한 날카로운 분석과 인간적인 이해가 공존한다. 특히 인상 깊은 건 충분함이라는 개념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다. 보통 흔히 '충분하다'를 '완벽하다'의 차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충분함'은 단순히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거다. 이 책은 자기비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그중에서도 본인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물론 이것이 마법 같은 해결책이라는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불편한 자신과 마주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고된 여정의 시작일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완벽주의자들의 양상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더 나은 모습을 갈구하는 건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징후다. 책에 소개된 완벽주의자 내담자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완벽주의의 무게를 견디고 있음을 보여 주는데, 마치 거울처럼 현대인의 모습을 비춘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내담자는 주변 동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나는 뒤처지고 있어"라고 느낀다고 한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 내담자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는 성향이다. 업무든 가정이든, 완벽한 통제가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세 번째 내담자는 시작이 두려워 논문을 미루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말자"는 생각이 행동력을 무력화시킨 거다. 네 번째 내담자는 관계에서도 완벽해지려 했다.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깊은 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꼴이 됐다. 마지막 내담자는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성과와 사랑을 동일시하는 오래된 믿음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느껴졌던 건, 그 안에 내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들과 마주한 적이 있지 않을까. 소셜미디어와 경쟁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완벽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들은 완벽주의가 단순히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 자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책은 이런 상태가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법을 배우는 모습을 보여 주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도 얻어갈 수 있는 교훈을 준다.

이 책이 제안하는 7가지 변화

1. "자기비판이 성장의 원동력이다"라는 착각을 버리기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을 비판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발전과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끊임없는 자기비판은 오히려 자존감을 해치고 우울과 불안을 유발할 뿐이다. 해결책: 서두르지 말고 점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 세 마디를 하는 건 어색할 수 있다. 대신 자기비판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잠깐 멈춰서서 "내 친구가 이런 상황이라면 뭐라고 말해줄까?"라고 생각해보는 게 좋다. 하루 끝에 다이어리를 펼쳐 그날의 작은 성취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2. "모든 것을 통제해야 안전하다"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발하며, 유연성을 잃게 만든다. 해결책: 통제 강박에서 벗어나는 건 작은 일부터다. 매주 하나씩, 예를 들어 커피 주문이나 간단한 이메일 답장 같은 걸 다른 사람에게 맡겨보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일단 "이건 내 통제 밖의 일이야"라고 말해보는 거다. 주말마다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노트에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준비가 완벽해야 시작할 수 있다"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완벽한 순간'이나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면 중요한 일들을 한없이 미루게 된다.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데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마비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해결책: 미루기 습관을 바꾸려면 5분 규칙을 활용하라고 한다. 청소든 업무든 공부든, 일단 타이머 켜고 5분만 해보는 거다. 큰 프로젝트가 있다면 3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쪼개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자신의 골든타임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형이라면 오전 시간, 올빼미형이라면 밤늦은 시간일 수도 있고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에 중요한 일을 배치하면 된다.

4. "남들과 비교해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을 떨치기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소셜 미디어 시대에 이러한 비교는 더욱 심화되어 만성적인 불만족과 열등감으로 이어진다. 해결책: 소셜미디어를 볼 때마다 "이건 필터링된 현실일 뿐이야"라고 상기하는 습관을 들이자. 매일 저녁 식사 전에 그날 있었던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할 때는 구체적으로 가자. "하루 30분 운동하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같은 식이다.

5. "과거의 실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자책을 내려놓기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자책한다. 그러면 현재의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 새로운 도전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해결책: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은 간단하다. 하루 최소 5번,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출 때나 커피 마실 때나 틈날 때마다 세 번씩 깊게 심호흡을 하는 거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는 주변의 소리 세 가지, 보이는 것 세 가지, 느껴지는 감각 세 가지를 찾아보자는 식이다.

6. "예외 없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경직성을 완화시키기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엄격한 규칙과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믿는 것. 이러한 경직된 사고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삶의 즐거움이 도망간다. 해결책: 경직된 사고방식을 바꾸려면 '무조건', '반드시', '절대로' 같은 단어를 '대체로', '주로', '보통'으로 바꾸는 식으로, 단어 선택을 신경써보자. 매주 한 가지씩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도 좋다. 평소와 다른 장르의 노래를 듣거나, 새로운 루트로 출근하거나, 안 먹어본 음식도 먹어보자.

7. "성과로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는 오해를 부수기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성과나 성취로 증명하려 하는 것. 깊은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정서적 고립을 초래한다. 완벽주의자들의 삶을 제한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해결책: 대화할 때 "맞아", "그렇구나" 같은 말은 의식적으로 더 쓰고, 상대방 말을 자르지 말아보자. 매주 금요일 저녁은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시간으로 정해두자. "이번 주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요즘 제일 기대되는 건 뭐야?" 같은 질문으로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부담스럽다. 한 달에 하나씩만 골라서 시도해봐도 충분하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